이 글은 『더 나은 언어생활을 위한 우리말 강화』(최경봉 지음, 책과함께, 2019)의 내용 중 일부를 가져온 것입니다. /편집자

 한글맞춤법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떤 규정을 가장 어렵게 느낄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꼽는 것이 사이시옷 표기 규정이다. '건넛방'과 '건넌방'의 차이를 보면서 사이시옷 표기 규정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생각해보고, 사이시옷 표기 규정의 원리를 알아보자. 
 
 '건넛방'과 '건넌방'
 
 질문 1. "(건넛마을/건넌마을)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에서 괄호에 들어갈 말은? 
 답은 '건넛마을'이다. '건넌마을'은 '건넛마을'을 소리 나는 대로 쓴 오류 표기다. 
 북한의 표기법은 어떨까? 북쪽의 『조선말대사전』에선  사이시옷을 인정하지 않는 규범에 따라 '건너마을'을 표준으로 하면서도 '건넌마을'을 관용으로 인정한다. '건너마을'과 '건넌마을'을 같은 말로 보는 것이다.
 
 질문 2. "(건넛방/건넌방)에서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들린다."에서 괄호에 들어갈 말은? 
 '건넛방'과 '건넌방' 모두 맞는 말이다. 
 '건넛마을'을 '건넌마을'로 발음하는 것과 달리 '건넛방'은 '건넌방'으로 발음할 수 없다. '건넌방'은 '건넛방'을 소리 나는 대로 쓴 오류 표기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건넌방'을 '안방에서 대청을 건너 맞은편에 있는 방'으로, '건넛방'은 '건너편에 있는 방'으로 풀이했다. 이들을 서로 다른 말로 본 것이다. 
 북한의 표기법은 어떨까? 북쪽의 『조선말대사전』에선 '건너방'과 '건넌방'을 같은 말로 설명한다. 
 
 질문 3. "나는 그를 (오랫동안/오랜동안) 만나지 못했다."에서 괄호에 들어갈 말은? 
 답은 '오랫동안'이다. 발음 조건상 '오랫동안'과 '오랜동안'도 '건넛방'과 '건넌방'처럼 서로 다른 말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동안'은 '오랜만(오래간만)'에 이끌린 오류일 뿐이다. 
 북한의 표기법은 어떨까? 북쪽의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오래동안'만을 인정한다.
 
 이처럼 사이시옷 표기 문제가 복잡하다 보니 사이시옷 규정은 실효성을 의심받곤 한다. 여기에 '건넛방'과 '건넌방'의 구분에서 비롯한 혼란까지 추가되면 의심은 확신에 가까워진다. 혼란에 연루된 규정을 선뜻 소통을 위한 약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사이시옷' 표기의 원리
 
 두 말이 결합하여 합성어를 이루면서 그 사이에서 소리가 덧날 때가 있다. '등+불[등뿔]', '등교+길[등교낄]', '예사+일[예산닐]' 등처럼. 이와 같이 합성어를 이룰 때 소리가 덧나는 것을 사잇소리 현상이라 하는데, 한글맞춤법에서는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 합성어에서 덧나는 소리를 'ㅅ'을 표기한다. 이 'ㅅ'이 '사이시옷'이다. 
 한글맞춤법에서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 사이시옷 규정이다. 규정을 익히더라도 실제 합성어에서 사이시옷을 넣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규정을 적용하는 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사이시옷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세 가지 사항을 알아야 한다. 첫째는 합성어를 구성하는 어근이 한자어인가 고유어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고, 둘째는 합성어의 표준발음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셋째는 구성 낱말의 문법 범주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아래 문장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을 찾아보자. 
 
 1. (마굿간 / 마구간)에는 말 두 마리가 있다. 
 2. 나는 책을 읽을 때 (머릿말 / 머리말)을 먼저 읽는다.
 3. (햇님 / 해님)이 방긋 웃다.
 4. (윗쪽 / 위쪽)으로 가면 (낚싯터 / 낚시터)가 있다.  
 5. (어깻죽지 / 어깨쭉지)가 처졌다. 
 
 1번 문장에서 '마구간'이 맞는 말이다. 사이시옷은 고유어로 된 합성어나 합성어의 한 요소가 고유어인 경우에 붙는다. '마구간'처럼 구성 낱말 '마구(馬廐)'와 '간(間)'이 모두 한자어인 합성어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 단,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에만 한자 합성어임에도 불구하고 사이시옷을 붙인다.
 2번 문장에선 '머리말'이 맞는 말이다. 고유어가 결합한 합성어이지만, 사이시옷을 붙일 수 없는 것은 이 낱말의 표준발음이 [머리말]이기 때문이다. [머린말]처럼 'ㄴ'소리가 덧나는 발음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표준발음이 아니다. 
 3번 문장에선 '해님'이 맞는 말이다. '해님'은 명사 '해'와 접미사 '-님'이 결합된 파생어이기 때문에 합성어를 대상으로 한 사이시옷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해님'의 표준발음은 [해님]이다. [핸님]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표준발음이 아니다.
 4번 문장에선 '위쪽'과 '낚시터'가 맞는 말이다. '위쪽'은 '위'와 '쪽'이 결합한 합성어다. '쪽'은 어떤 소리가 덧나서 된소리가 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된소리이므로 사이시옷이 붙을 수 없다. '낚시터'도 역시 사이시옷이 붙지 못한다. '터'의 'ㅌ'는 거센소리이므로 소리 덧나기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점을 알더라도 어휘력이 부족하면 사이시옷 규정을 지키기 어렵다. 5번 문장에선 '어깻죽지'가 맞는 말이지만, '죽지' '죽지'는 '팔과 어깨가 이어진 관절의 부분'을 가리키거나 '새의 날개가 몸에 붙은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죽지를 펴다', '죽지가 처지다' 등처럼 쓴다. 
 라는 낱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깨쭉지'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위의 사항을 숙지하여 사이시옷 표기의 규정을 알더라도 정확한 표준발음을 알지 못하면 사이시옷 표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음운 현상처럼 유동성이 높은 언어 현상을 기준으로 표기의 원칙을 세웠으니, 사이시옷 표기가 헷갈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수컷을 뜻하는 낱말의 표기 '수양 / 숫양', '수쥐 / 숫쥐', '수말 / 숫말', '수소 / 숫소'에서 맞는 표기를 찾다보면 그 어려움을 실감할 것이다. 답은 '숫양, 숫쥐, 수말, 수소'이다.
 북쪽에서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고, 어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여 합성어를 표기하는 것을 규정으로 하고 있다. 합성어 형성 시 소리가 덧나는 사잇소리 현상을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최경봉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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