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시절 서점에서 책 한권을 꺼내들고 진지하게 읽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권의 책을 읽어보았지만 그 때 읽었던 책만큼 내 기억에 깊은 인상을 준 책은 없었던 것 같다.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접한 후 현재까지 수백 번은 읽어본 것 같다. 읽을 때마다 책에 녹아든 감동에 아직까지도 눈물을 글썽이곤 한다.

 이 책은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인생이야기를 적은 일종의 자전적 수필집이다. 히로나카 헤이스케 박사는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 번째 아들로 태어나 유년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한 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곡절 많던 소년이었다.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도 입시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깍이 수학자이다.

 하지만 끈기 하나를 밑천으로 하버드대학교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The Resolution of Singularities of an Algebraic Variety over a Field of Characteristic Zero' 등의 논문으로 대수기하학 분야에 역사적인 업적을 남긴 공로로 1970년에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하였다.

 세기의 천재들만 받는다는 필즈상을 보통의 두뇌로 오직 끈기 하나만을 밑천으로 삼아 무수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결국에는 ꡐ특이점 해소'라는 꿈을 이루어 낸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히로나카 헤이스케 박사는 나의 우상이었다. 앞 길이 막막하고 해답이 보이지 않을 때 항상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읽으며 히로나카 헤이스케 박사의 자세와 행동을 본 받으려 노력했다.

 이 책을 계기로 논문과 학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기게 되었고 석박사를 받고 삼성전자에 근무한 뒤 이번에 원광대학교 신임교수로 부임한 것도 이 책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확신한다.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은 히로나카 헤이스케 박사의 전공인 수학을 통해 풀어낸 인생론을 언급하는 것이라 수학 또는 학문에 관계없는 사람들이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모든 젊은이들이 인생에 대한 귀중한 가르침을 받고 희망과 용기와 자신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나는 구절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문제를 다루는 기본 기술에 관해서는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라는 구절이 기억이 남는다.

 시행착오 또는 우여곡절에 관련해서는 "보통 사람의 인생은 직선적이 아니고 우여곡절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되풀이되는 시행착오는 절대로 낭비가 아니다. 내가 소년 시절 음악에 쏟던 열정도 결국은 수학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라는 구절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신임교수로 학문과 교육에 첫발을 내딛는 입장에서 히로나카 헤이스케 박사의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은 앞으로도 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해 주는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오늘도 히로나카 헤이스케를 꿈꾸며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을 통해 그의 자세와 행동을 본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수학분야에 그렇게 훌륭한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학자의 겸손함과 순수함이 그대로 녹아있는 너무나도 위대한 책인 '학문의 즐거움'. 더욱 많은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인생에 대한 귀중한 조언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안춘기 (전기전자및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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