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장면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사랑하는데 어떠냐?"면서 남자친구가 성관계를 요구해 올 때의 심리적인 갈등을 호소하는 경우이다. 여자는 아름다운 사랑을 꿈꾼다. 관계의 지속을 원하지만 응하자니 '내가 혹시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 변심하면 어쩌지?'하는 마음이 앞서고, 거절하자니 관계가 깨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여러 가지 핑계로 상황을 모면했지만 다음에 또 성관계를 요구해올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두려움이 앞서고 서로를 의심하는 마음조차 생긴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두터운 남녀라도 성관계에 대한 견해는 사뭇 다르다. 남성은 그녀와의 육체관계를 통해서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은 부드러운 표정이나 말씨, 따뜻한 포옹 때문에 가까워졌다고 느낀다.
성(性)이라는 글자가 지니는 원래의 의미는 마음(心)과 몸(生)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다시말하면 성은 전체적인 인간, 그 자체를 뜻하는 것이지 결코 성관계나 성적 쾌락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의 확인을 조건으로 요구하는 성관계는 왜곡된 연애관에서 기인한다. 아름다운 성관계는 자기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의 남녀가 어느 한쪽의 의지를 거스르지 않는 자발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심리학자 Fromm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고, 그를 알며, 그를 존중하는 것이며, 우리의 관계를 책임진다는 것이라고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들과 금성에서 온 여자들의 아름다운 만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