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박물관의 모습, 인도가 없고 사실상 차도가 인도 겸용을 하고 있는 상태 / 사진 : 이한솔 수습기자
 우리대학 박물관의 모습, 인도가 없고 사실상 차도가 인도 겸용을 하고 있는 상태 / 사진 : 이한솔 수습기자

   보행자와 차의 접촉으로 인한 사고인 '보행자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정부가 2027년까지 보행자 사망자 수를 2020년 대비 5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기준을 내세워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보행자 교통사고의 문제는 어제 오늘 강조됐던 것은 아니나, 최근 들어 보행자 교통 안전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보행하던 초등생이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그전에도, 보행하던 초등생이 사망한 유사 사고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사고가 또 다시 일어났다는 점에서 분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행자 교통 안전을 주목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특히, 보행자 안전을 보장하는 제도나 기물 등의 중요성과 존재 유무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그중에서 '보행자 인도'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는 보행자와 차량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중요한 취지로 만들어진 안전 구조물이다. 특히 인도는 횡단보도와 더불어 보행자의 보행과 안전을 담보하는 교통 기물이다 보니 더욱 중요성이 크다, 그렇기에, 도로는 인도의 존재 유무에 따라 보행자의 안전이 보장되냐, 안 되냐가 갈린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인도가 부족하고 나아가 보행자들이 인지조차 못 하는 사이에 잠재적 교통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형편이다.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보행자 안전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1년 5천200여 명에서 지난해, 3천여 명이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보행자 사망 비율은 약 40% 수준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물론, 최근 '민식이법'에 따라 보행자 안전을 위한 교통법이 강화돼 감소하고 있는 추세는 다행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OECD 국가 중에서 최다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노약자나 어린이를 비롯, 젊은 층도 예외가 없다. 수많은 보행자들이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보행자 사고는 교통사고 가운데 유난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보행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것일까?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도 설치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차량과의 접촉을 통제해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인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도는 본질과 다르게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공식 실태 보고서에 의하면 수도권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겸용인도'가 설치된 곳이 수두룩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겸용인도는 기존의 보행자 전용에서 자전거나 킥보드, 오토바이 등 교통차량도 운행할 수 있게 혼합한 겸용도로다. 도로 부족 등을 문제로 겸용인도를 만들었다지만, 혼합하다 보니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의 출현으로 보행하는 시민들이 무분별하게 위험에 노출되고 접촉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여러 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차라리 겸용인도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아예 인도 자체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부족해서 위험에 노출돼어 있는 게 부지기수다. 사실상 겸용인도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차라리 겸용인도는 어떻게는 조심하면서 보행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인도가 없어 자연스럽게 보행자를 차도로 유인한다는 특성 때문에 더 쉽게 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대학 캠퍼스 역시 인도가 부족하고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불명확한 곳도 많아서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도와 차도 사이 우리의 안전
 겸용인도와 더불어 인도 부족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우리대학 역시 차도가 많고 인도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제로 정문에서부터 단과대학, 스쿨버스 승차장, 대학부속건물로 연결되는 길만 해도 얼마나 차도와 인도가 복잡하게 이어지는지 우리대학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대학에선 아직까지는 보행자가 사망한 사고는 없었지만 차량이나 오토바이 때문에 보행 안전에 위협받는 일은 종종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원대신문〉에서도 그동안 교내 교통사고 및 보행자 안전에 대한 경고가 담긴 취재를 해온 바 있다. 또한 교내 규정속도는 20km 이하여야 하고, 경적을 심하게 울리는 사례, 전동킥보드 위험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우리대학 교정은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보니 인도에다가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주차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보행자들이 자연스레 차도로 내려 걸어갈 수밖에 없어 과속하는 차량으로부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교내의 해당 부서에서는 교통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위험 행위를 하는 차량에게 교내 출입을 금지시키는 등 강경 대응을 하며 보행자 안전에 노력하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물론 교내 보행자들의 교통사고의 위험은 비단 차량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어폰을 착용한 채 혹은 휴대전화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차도를 걷는 이들도 있어 보행자와 충돌하거나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A씨 역시 "우리대학의 경우 인도에 비해 차도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다가 차도와 인도가  붙어있다 보니 잠시 한눈을 팔다보면 도로로 보행하기가 일쑤다. 보행자들이 주의를 살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일부 차량이나 오토바이, 킥보드 등이 차도에서 과속하는 경우가 있어 보행자 입장에선 큰 위협이 아닐 수가 없다. 실제로 같은 학과 동기 역시 인도 보행 불편으로 차도로 다니면서 과속 킥보드와 추돌할 뻔한 적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인도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며,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자는 보행자 사고에 민감한 요즘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을 뜻한다.
 1931년 미국의 대형 보험기업 '트래블러스 보험사'의 임원이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업무 특성상 수많은 사고와 재해를 접했다. 이후, 자신의 업무 경험들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사전 대응과 대중의 안전 경각심의 중요성을 피력하고자 저서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 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 A Scientific Approach》를 출판했고, 여기서 하인리히 법칙이 최초로 유래하게 됐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재(人災)나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꾸준히 언급되는 중요한 사회적 법칙으로 자리 잡게 됐다.
 실제로 본문에서 다룬 것 외에 여러 교통사고를 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을 방지하다가 더 크게 키워 화근이 된 일례가 더러 있다. 
 이 법칙이 시사하는 것처럼 어떤 사고든 간에 매번 전조 증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최후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아직 크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너무 확대시킨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명이 달린 사안은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건 기본적 근본이다. 생명을 지킬 골든타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떤 가벼운 사고나 증상이라도 묵과하지 않고 똑바로 주시하면서 대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킥보드 / 사진:김하늘 기자
재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킥보드 / 사진:김하늘 기자

보행자 전용도로와 이륜차 도로 분리해야
 횡단보도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서 자동차 및 이륜차, 킥보드 등이 보행자들과 접촉에 의한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도로교통공단이 전국 국도 및 시*군도 326개소에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 사업을 진행한 결과 '교통사고 잦은 곳 시설 개선 후 사망자 52%, 교통사고 34.8% 감소'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B씨는 "우리대학 교정에서 보행자와 이륜차 퀵보드가 함께 보행자 도로에서 다니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며, "특히 빠르게 질주하는 이륜차와 킥보드는 속도제한 표지판도 없어 보행자들의 안전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행자도로와 이륜차, 킥보드 속도제한 표지판과 전용 도로를 만들어야 하며,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설치하는 등 보행자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민서 기자 leeminseo1207@wku.ac.kr
이한솔 수습기자 ppoppio1234@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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