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개발계획(UNDP)의 2003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비문맹률은 97.9%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에 불과할 뿐 실제 수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겨레신문 2003년 10월 8일자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맹율은 25%에 달한다며 유네스코 통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통계에 비춰보면 아직도 우리나라 성인의 4명 중 1명이 글을 해독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또는 학교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학업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는 곳이 있다. 그 곳이 바로 익산 무궁화야학교이다.

 익산시 남중동 250-8번지에 위치한 32년 전통을 지닌 무궁화야학교는 낡아 보이는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다. 기자는 5월 24일 오후 5시 30분경에 무궁화야학교에 방문했다. 그 시간은 학생들의 등교시간이었으나 학생들의 등교 모습은 찾아 볼 수조차 없었다. 아마도 야학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학생들이 신경 쓰고 있는 듯했다.

 문을 열어 계단을 올라서자 ‘낙서 칠판’이 눈에 띄었다. ‘‘내힘들다’를 거꾸로 읽어보세요’라는 칠판에 적힌 문구는 무궁화야학교 학생들과 교사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듯 했다. 2층으로 들어서자 학교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건물은 낙후됐고 심지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무궁화야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2년 전까지만 해도 익산시 중앙동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의 지하였다며 그나마 지금은 나은 편이란다.

 현재 무궁화야학교는 26명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 중 대부분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고 학생들의 연령대는 18세에서 68세까지 다양했다. 또한 5명의 교사(주 5일 근무)와 5명의 강사(주 1일 근무)가 빡빡한 수업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교사 2명이 우리대학 학생이고 지금까지 거쳐간 교사들도 80% 이상이 우리대학 출신 학생이란다.

 고등과정인 솔반 학생 정말자 씨(농업, 46세)는 “어릴 적 집안의 경제사정이 어려워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대학생들이 개인공부를 하기에도 바쁠텐데 우리들을 위해 열심히 강의해줘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무궁화야학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9년째 무궁화야학교에서 재직하고 있는 김기범 교사(학생부)는 “매주 주말마다 교사모집 포스터를 익산시내와 익산에 위치한 대학에 붙이고 있지만 생각보다 교사 지원자가 적다"며 “주로 밤에 강의를 하기 때문인 듯 한데 소외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교사 수급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 교육의 질이 향상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궁화야학교의 어려움은 교사 수급 문제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교육기관은 100%에 육박하는 컴퓨터 보급률로 정보화 선진국가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무궁화야학교는 아직까지 단 한 대의 컴퓨터도 지원되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보조금과 후원금이 적은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특히 이러한 여러 문제점은 무궁화야학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야학교가 처한 형편이라는 관계자에 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앞에서 밝혔듯 통계에 불과하지만 아시아에서 우리나라는 비문맹률 1위이다. 비문맹률 1위가 통계가 아닌 실제 수치로 다가올 그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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