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소설 『도가니』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도가니?는 극장에 개봉된 지 13일 만에 관객 300만을 넘어섰다. 광주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논픽션 영화로 장애우 학생에게 상습 성폭행, 학대 등을 일삼았던 교장과 행정실장의 행위를 담아냈다.

 사건을 알리려했던 인화학교의 교사들은 모두 파면 당했고 성추행에 가담한 가해교사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복직했다. 또한 인화학교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나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과 변명은, 영화를 보는 내내 혹은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를 허무하게 했다.

 가슴 속에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주체할 수 없었다. 관객과 독자 모두가 그러했을 것이다. 분노는 여론을 형성했고 광주 교육청은 인화학교 운영법인의 설립허가 취소와  폐교조치 결정을 내려야 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도가니 방지법’을 만들겠다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하지만 기자는 이것들 모두가 한 순간의 도가니 열풍이라 생각한다. 이슈화된 사건에 대해서만 일시적인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도가니 사태도 금방 수그러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 사태도 금방 끓었다 식어버리는 양은냄비처럼 가라앉고 말 것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면 보여주기 식의 대책들이 난무하고, 땜질하듯 법이 개정 되곤 한다.  권력자들의 처벌에 대해 사회는 관대하고 형식적인 대책을 세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피해대상이 사회적 약자, 장애우 학생이라는 점을 짚어보았을 때 그들을 위한 진정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앞으로 발생할 사건에 대해 예방하고자 할 뿐이지 장애우들의 상처를 감싸주고 회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는 적었다.

 ‘도가니’사건은 일차적으로 어린 아동학생들을 성폭행이나 학대로 유린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무엇보다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장애우 학생이라는 점이 가장 부각돼야 했다. 사회적 약자는 당연히 피해를 입어도 되고 권력자는 처벌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망상에 휩싸여서는 안된다. 적어도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사회적 약자가 겪는 피해가 당연하다는 식의 인식이 더이상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반짝 이슈에 보여주기 식의 법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진심어린 관심을 쏟아야 한다. 사건이 발생하면 수습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그들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고 껴안아 줄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 사회적 약자가 단지 장애우와 어린 학생에서 그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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