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원광대학교에서 교수로 지낸 오하근 교수(국어교육과). 그는 문학평론가이며 여러 문학관의 운영위원이자 심사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김환태 평론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오 교수를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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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상한 ‘김환태 평론문학상’ 소개와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환태평론문학상은 올해 22회째를 맞는데 제가 쓴 책 『전북현대문학 상,하』로 수상을 하게 됐습니다. 이 책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잊혀질 뻔 했던 전북의 문학사, 작가론, 작품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김환태 선생은 문학평론을 펼치다가 그 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찍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제가 수상을 하게 된 것은 누구보다 고향의 후배평론가가 나서서 전북의 문학평론을 계승하라는 지상의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은 보통 당사자의 공을 고맙게 여겨 주어지는 것인데 이번 수상은 오히려 상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변변히 내세울 만한 작품도 없는 무명인 나를 찾아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문학평론이 나아갈 바른 길을 찾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문학관의 발전을 도모하는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이것이 ‘김환태 평론문학상’에 대해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평론가는 어떤 활동을 하는 직업인가요?

문학평론가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문학작품이 왜 좋은지, 왜 나쁜지에 대한 평가를 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쪽 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작가를 지도하는 입장, 독자를 지도하는 입장, 전문가로서의 평가를 내려주는 입장을 모두 갖고 있죠. 사람마다 문학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는 작품 그 자체를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과 같은 외부적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평가하려고 합니다.

논문의 형식을 달리하면 비평이 된다고 생각해요. 역으로 비평이 논문이 될 수 있죠. 이는 문학평론의 위상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역을 확장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시인이 아닌 문학평론가의 길을 걷게 됐죠.

 

교수님은 어떤 학창시절을 보내셨나요?

김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왕복 10km 거리를 통학했어요. 김제의 도회지에서도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에서 자랐죠.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전주에 처음 갔을 정도로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전주고등학교 입학식 날 시인 신석정, 김해강, 백양촌 등의 선생님의 이름을 듣고는 전주는 좋은 도시구나하고 놀랐어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서라벌예대에서 주최하는 ‘전국고등학교 현상문예’ 공고를 신문에서 보고 시 부문에 투고했는데 그 작품이 당선이 됐어요. 그 일을 계기로 신석정 선생님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죠.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 당시 『현대문학』, 『자유문학』과 같은 문학잡지와 세계문학전집을 팔에 끼고 다니면서 가까이 했죠. 도서관도 많지 않아 서점에 서서 책을 보는 일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때는 여름에 날씨가 더워서 단축수업을 했었는데 1시면 수업이 끝났어요. 수업이 일찍 끝나면 산에 가기도 했죠. 그 당시는 당연했겠지만 낭만과 철학이 있던 시절 같아요.

이렇게 꾸준히 문학에 관심을 갖고 지내오긴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교수의 꿈을 키워왔다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대학교 때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 부안여고의 교사채용 시험을 통과해 선생님으로 지냈어요. 이후 전주 해성고에서도 근무했었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교수가 돼 있더라구요.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명예나 돈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잠시뿐입니다. 자신의 양심껏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수시절 보직을 한 적도 없고 문화예술단체 가입을 꺼려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죠. 또 인생에서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그 자리에서 꿋꿋하게 살아간다면 돈과 명예가 채워주는 것 이상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원광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앞으로도 글 쓰는 일을 계속 할 것 같아요. 요즘 김영랑 시론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김환태, 신석정, 김소월 등의 작가들에 대한 총체적 작품과 작가론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요.

교수로 지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것입니다. 전공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하고 교양을 많이 쌓았으면 합니다.

교양인, 지식인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할 상식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죠. 문학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한 작품을 추천하기 보다는 문학, 미술, 음악 등을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었으면 해요. 한마디로 어떤 방면에 뛰어난 사람이면서 동시에 보편적 지식도 갖춘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임제연 기자 wpdus4464@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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