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내게 고고미술사학 복수전공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고 답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몇 학기 남지 않은 데다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 더구나 이번 답사는 아는 사람도 없이 낯선 이들과 떠나는 것이었기에 집밖을 나서는 나의 발걸음은 더더욱 무겁기만 했다.

 짙게 끼인 안개와 먹구름은 나의 무거운 마음을 더욱 무겁게만 만들었으나 버스에 올라 한·두 시간 정도 달리자 언제 그랬냐는듯 청명한 9월의 가을 하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온 우리는 중원 미륵리 도요지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유적지에 대한 서로의 조사 자료를 발표하고 미흡한 점에 대해선 교수님의 보충 설명이 있었다.

 미륵리 도요지를 벗어나 우리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마의 태자의 슬픈 전설이 얽힌 미륵리 사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껏 산사를 목적성 없이 그냥 바람을 쏘이기 위해서나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없이 찾아 본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공부를 위해 들어선 것은 처음이었다. 그날은 유홍준 씨가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실감하게 한 순간이기도 했다.

 탑은 그냥 탑이요, 불상은 그저 부처님이다. 건물은 그저 다 똑같은 것인 줄만 알고 있는 나에게 불상에 담긴 전설과 독특한 탑의 명칭이나 특징 등 하나하나 설명을 들을 때마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나의 무지함에 부끄러워하고 점점 작아지게 했다. 그때 느꼈던 무지의 부끄러움이 지금도 새로운 분야의 공부에 대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행여 나태한 마음을 가질 때 경종을 울려주고 있지 않나 싶다.

 답사 전에 배부된 사전자료를 통해 그나마 한번 미리 가는 곳에 대해 읽어보고 약간이라도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답사를 준비한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겨우 후배 한 명을 대동해서 임하긴 했지만 썩 내키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답사 기간 동안 오히려 좀 더 준비하고 오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기까지 했으며 목적성을 가진 이런 모임에 좀더 자주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줬다.

 2박 3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빨리 지나갔고 오래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특히 상원사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답사 이틀째 이른 아침, 강원도 특유의 쌀쌀함에 차량 밖으로 내리는 것이 싫었지만 그것도 잠시 산사를 향해 올라서는 나의 발걸음은 주변의 수려한 경치와 그윽히 끼인 운무 덕분에 마치 심산 수련을 위해 산사를 찾는 수도자의 발걸음인양 경건하고 소박하게 만들었다.

 또한 국보 36호이기도 한 상원사 동종의 수려한 자태와 돋을 세김된 주악상의 아름다움은 상원사를 찾는 이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상원사뿐만 아니라 월정사 선림원지 등 강원도 곳곳을 돌아보며 우리 조상들의 흔적들을 찾아봤던 이번 답사는 좀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으며 선조들의 뛰어난 미의식과 솜씨에 감탄한 순간들이었다.

방 극 철 (신문방송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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